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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험

출판 편집자가 블로그를 쓰는 방법

by 말짜오빠 2024.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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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출판 편집자 출신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출판사에 들어가서 보도자료 쓰는 법을 배웠다. 

서울 북인스티튜트라는 곳에서 저녁에 출판 교정 교열 과정과 이수열 선생님의 우리말 바로쓰기 과정을 이수했다. 

특히 이수열 선생님의 우리말 바로쓰기 과정을 이수할 때는 머리가 띵 했다. 

 내가 이렇게 글을 못 쓰고 있었다니...

 

특히 번역투에 한자말, 중언부언 등의 말을 많이 하는 걸 보면서, 뜨악했다. 

내 글이 엉망이었구나... 

 

그래서, 글을 쓸 때는 최대한 읽기 쉽게, 짧게, 번역투인지 아닌지 등을 잘 살핀다. 

오타나 맞춤법은 기본이다.

그러나 띄어쓰기가 문제다. 띄어쓰기는 정말 어렵다. 

교과서 편집을 할 때는 교육부에서 출간한 편수자료와 국어교육원에서 나온 사전을 봐 가면서 띄어쓰기를 봤는데도, 띄어쓰기는 지금도 꽤 어렵다. 

 

그동안 수십권의 책을 편집하고, 내 이름으로도 책을 15권 정도 냈지만 책을 낼 때는 정말 수십 번을 읽으면서 틀린 게 없는지, 교정을 본다. 

특히 내 이름으로 책이 나갈때는 정말, 한 권을 10번 이상 읽으면서 오타가 오류가 없는지 확인하지만.. 

책이 나오면 여지없이 오타가 보인다. 

그래서 출판인들은 초판 책을 잘 사서 보지 않는다. 오류, 오타가 엄청 많다는 걸 알기에...

그래서 출판사에서도 수정을 해서 2쇄, 3쇄를 내고, 그런 책이 많이 오류가 잡혀있어서 괜찮다. 

 

 

 

책과 블로그는 다르다. 

하지만 블로그를 쓸 때는 책과는 다르게 쓴다. 

쉽게 말하면 마음 가는대로 쓰는 편이다. 

띄어쓰기, 맞춤법, 이런 것도 손보지 않고 발행한다. 

글 하나를 쓰는데,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 틀리면 안 된다는 부담감 때문에 위축이 되면, 글이 안 써지기 때문이다. 

그런 부담감을 가지면서 안 쓰는 것보다는 그냥 쉽게라도 쓰는 게 낫기 때문에, 제약 없이 맘대로 쓰는 편이고, 심지어, 이 사람이 출판 편집자가 맞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엉망으로 쓰기도 한다. 

하지만 상관 없다. 

블로그는 책이 아니니까. 

 

 

그럼 글을 어떻게 쓰냐고?

난 이렇게 쓴다 . 

 
네 멋대로 써라
-
저자
데릭 젠슨
출판
삼인
출판일
2005.09.09

 

 

그동안 진지한 글만 써왔다. 그게 나쁜 글이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읽어야 도움이 되고 감동이 될 만한 글만 써왔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바뀌었다. 

거의 20년 전에 읽은 책인데도, 명확한 한 줄이 아직까지 기억이 난다. 

 

섹스보다 재미있게 써라!

 

 

저자는 당신의 글이 섹스보다 재미있어야 한다고 한다. 

독자를 즐겁게 해줘야 한다는 것...

다른 책 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위 문장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나고, 글을 쓸 때마다 그러려고 노력한다. 

왜 그렇게 진지하게 글을 써왔는지.. 아마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겠지? 

서론 결론 본론.. 등등 하면서.. 

하이튼 이렇게 글을 쓰면, 잘 쓴 글이 된다. 

 

이해하기 쉬운 글, 재미있는 글, 또 읽고 싶어지는 글, 작가를 찾아보게 되는 글.. 

이걸 글이 좋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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